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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꼭 필요할까? 더 필요한 것은 '이것'

작성자
수인재
작성일
2018-05-02 17:27
조회
4052

“친구를 만드는 것은 선택, 필수는 아니다”


과거 한 교실에서 70~80명씩 수업을 듣던 때와 달리 이제는 한 학급이 30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실 환경은 쾌적해졌지만, 반면 친구 문제는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소위 ‘사차원’인 학생들도 코드가 맞는 친구가 1~2명은 있었지만, 지금은 적은 학생 수에서 그나마 4~5명씩 그룹을 지어 친해지고 나면 낄 자리가 없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이죠.

콩나물교실(1968 서울안산초등), 김완기 작


만약 우리 아이가 친한 친구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부모입장에서 걱정이 커집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조금은 강제적이고 억지스럽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친구가 꼭 필요할까요? 친구를 만드는 것은 선택입니다. 친구가 있어서 좋은 사람이 있지만, 불편한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하철에 자리가 많으면 사람들은 대개 끝자리에 앉기를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에 나오는 “타인은 지옥”이라는 대사는 유명합니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우리의 지옥이 되고, 또 우리는 누군가의 지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아이가 친구를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하지만 아이의 성향이 친구를 원하는 성향이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억지로 ‘오늘부터 친구 하는 거야’ 식의 친구 만들기는 피해야 합니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님은 2가지 요소를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는 인지적인 요소, 또 하나는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입니다.

인지적인 요소는 상대의 말이나 표정에 대한 집중력, 그리고 상황판단 같은 것이데, 인지적인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의력, 그 중에서도 ‘청각주의력’입니다. 사회성은 ‘듣기’와 관련이 아주 많기 때문이죠.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만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는 것처럼 사람 관계에서는 듣기는 중요합니다.

청각주의력의 부족으로 친구 만들기가 어렵다면 청각주의력을 훈련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두뇌를 훈련하여 주의력을 높이고 청지각을 처리하는 경로를 개선하면 사회성이 좋아질 수 있는 기본은 다져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무리 인지적인 요소가 좋아도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면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친구와 집까지 같이 걸어가고 싶다면 뭐라고 말을 할 것인가? 친구가 원치 않는 요구를 할 때 어떻게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거절할 것인가? 그래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어떤 면에서 연애와도 닮아 있습니다. 외모도 호감을 줘야 하지만 연애 기술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런 기술을 배우는 것이 심리센터에서 많이 하고 있는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입니다.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방법 중 하나인데, 집에서 해결하고 싶다면 사회성과 화용론에 관한 책을 사서 자녀에게 반복해서 알려주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화용론이란, 말하는 이, 듣는 이, 시간, 장소 등으로 구성되는 맥락 속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녀와 함께 본 동화책이나 TV, 영화 등을 소재로 해서 “네가 만약 OO였다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만일 네가 흥부였다면 굶는 가족들을 위해서 어떻게 했겠니?” 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흥부 입장이 되어봐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친구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아이가 친구 만들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바뀌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국내에서 2009년도에 개봉한 영화 <위대한 침묵>은 해발 1300미터 알프스 계곡, 그 깊은 곳에 위치한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의 일상을 담은 영화인데, 이곳에 사는 수사들은 1주일에 단 4시간만 대화를 할 뿐, 나머지 시간은 침묵으로 각자의 생활을 하다가 일생을 마친다. 말을 하지 않아도, 친구가 없어도 행복하니까 그런 삶을 택했을 것입니다.

‘친구가 없는 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친구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잊지 말고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친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 그리고 ‘행복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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